영화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변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아닌 인간 내면의 욕망과 그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을 깊이 있게 다루며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한 여자의 복잡한 인생사와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자의 약혼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약혼자는 이 여자의 삶을 따라가다가 마주하는 충격적이고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가 긴장감 있고 빠르게 진행되어 매 순간 집중하여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 화차 줄거리
영화 화차는 주인공이자 동물병원 원장인 강문호(이선균)가 부모님께 여자친구를 소개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다가 들린 휴게소에서 여자친구(김민희)가 사라지면서 시작됩니다. 실종된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그녀의 주변 인물부터 그녀의 생활 반경을 모두 뒤져가며 감춰졌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집니다. 선영의 실종은 단순히 실종 사건이 아닌 그녀 스스로가 남자친구의 곁에서 사라졌다는게 밝혀집니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문호는 혼란에 빠집니다. 왜냐하면 여자친구의 사생활이 모두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진실들이 파헤쳐질수록 문호의 내면적 혼란은 가중됩니다. 왜냐하면 선영의 인생이 단순히 자기가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떠나 아예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선영의 진짜 이름은 차경선입니다. 차경선은 불우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강선영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그녀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에 차경선은 강선영의 인생을 훔쳐 본인이 그 삶을 살아가기로 계획합니다. 펜션으로 놀러 가 강선영을 살해 후 본인이 강선영의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탈바꿈한 차경선은 우연히 강문호와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강문호는 차경선을 찾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차경선은 또 다른 이의 삶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타깃을 정하게 됩니다. 새로운 타깃은 바로 강문호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자주 오가는 반려견의 보호자였습니다. 이를 눈치챈 강문호는 보호자에게 미리 알리게 되고 이상한 낌새를 알게 된 당사자는 차경선을 피해 도망칩니다. 그럼에도 강문호는 선영이라는 인물을 너무 사랑하였기에 다가가고자 하였으나 모든 것을 잃은 듯 차경선은 기차역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합니다.
타인의 삶을 훔친 여자
이 영화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일본 소설의 전형적인 진행 스타일이 그대로 보이실 겁니다. 주인공 차경선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자기보다 조금 나아 보이는 사람의 인생을 훔칩니다. 삶을 빼앗긴 사람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생을 마감하며 열심히 살아온 세월을 타인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차경선은 누군가의 인생을 빼앗은 후 거짓된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바꿔치기한 채 살아갑니다. 이것이 진정 자신이 살고 싶어 했던 인생이 맞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본인이 아님이 들통났을 때 그렇게 멀리 달아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갈아치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본인의 모습니 들킬 때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숨어버립니다. 과연 평생 동안 타인을 속이며 누군가인 척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언젠가는 본인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거짓된 욕망과 노력 없는 삶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우며 얼마나 간절함이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충 살다가 또 바꿔치기하면 그만인 삶인데 노력이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빼앗은 삶을 살아가던 원래의 피해자에게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그들에게 타인의 고통과 비극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압니다. 차경선의 불안함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비롯된 것이지 그 사람의 마음에는 타인이 없습니다. 아마 남자친구였던 문호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 안에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감상
영화 화차를 보고 난 후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화차는 우리가 아는 범죄 스릴러 장르가 아니라 한 인간의 욕망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까지 죽이는, 어쩌면 감정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잔히 차경선의 심리를 깊숙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다시 한번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한 숨겨져 있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양파껍질이 벗겨지듯이 하나씩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며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집니다. 모든 걸 주고 결혼까지 약속한 인물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니 얼마나 깊은 배신감과 절망이 들었을까 염두해 보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던 이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하면 한 번은 다시 이어졌을지라도 이미 깊게 훼손되어 버린 신뢰는 다시 쌓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거짓말을 정말 싫어합니다. 내가 떳떳하다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합니다. 처음엔 당황하며 시작했던 거짓말이 나중에는 아주 뻔뻔하고 당당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남에게 부끄러울 수 있어서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아예 다른 거짓을 얘기하는 것은 레벨이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어떻게든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거짓을 말하면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거짓말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